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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인류 최악의 전염병이자 유럽을 뒤바꾼 흑사병

by 월터씨(WalterC)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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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일어난 코로나 바이러스의 그 감염성은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치사율이 높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치사율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치사율이 가장 높았던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요?

 

흑사병

역병 의사인 닥터 쉬나벨의 묘사화

 

흑사병? 페스트?

  흑사병 13세기 후반 ~ 14세기에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어 버립니다. 특히 전 유럽의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유럽에서는 '대 흑사병'이라고 불릴 정도로요. 일반적으로 이 병은 흑사병이라고도 하고, 페스트라고도 합니다. 아,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페스트는 균의 이름이고, 한국에서는 흑사병이 정식 명칭이 되겠네요.

 

19세기까지 산발적으로 유행한 이 전염병은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그리고 유럽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지요. 우리가 흔히 아는 '마녀사냥', '유대인 학살', '르네상스의 시작' 이 모두 이 흑사병으로 등장한 용어들입니다.

 

저 단어들만으로도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네요. 대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일까요?

 

대체 어떻게 퍼지게 된거야?

  세상을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었던 흑사병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많은 가설들이 있으나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가설은 쥐벼룩을 통해 전파되었다는 것입니다. 뭐.. 너무도 잘 알려진 가설이죠? 

  그런데 20세기에 와서 꼭 쥐를 통해 전염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흑사병이 쥐와 사람이 함께 걸리는 병이긴 하나 쥐가 그 먼 거리를 이동하진 않는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장거리 여행을 하며 이동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죠.

 

그럼 이 무시무시한 병을 사람이 퍼트렸다는 걸까요?

(좀 씁쓸하긴 하지만 자연에 피해를 입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틀린 말도..^^;)

 

  흑사병은 중앙아시아를 시작으로 퍼진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엔 실크로드와 몽골 제국이 있습니다. 몽골 제국은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1347년, 흑사병에 걸린 병사를 무기로 활용하면서 크림 반도 및 페오도시야에서 흑사병이 처음으로 창궐하게 됩니다. 사람에게 퍼지는 전염병이었던 만큼 특히 도시에서 그 위력은 상상을 불허했습니다.

  당시 페오도시야에는 이탈리아 교역소가 자리했었는데, 교역소의 일부가 시칠리아로 이동하면서 결국 전 유럽에 흑사병이 확산되고 말았습니다.

 

  2016년 이미 흑사병으로 사망한 인간 뼈에서 발견된 DNA를 분석한 결과 중앙아시아로부터 퍼진 것이 아니라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유럽에서 아시아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도 있었는데요.

 

흑사병의 병원균이 무려 몇백 년이나 잠복기를 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유럽에서 수세기 동안 잠복하고 있던 흑사병이 아시아로 넘어갔다고 하는군요. [출처] www.sciencetimes.co.kr/news/흑사병-아시아-기원설은-틀렸다/

 

그래서 얼마나 피해가 있었던 거야?

  흑사병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이유는 역시 그 피해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만 약 7천5백만 명에서 2억 명이 사망했거든요. 무려 유럽 인구의 30 ~ 60%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였습니다.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염자가 몇십 명만 증가해도 큰 일인데, 무려 전체 인구의 60%가 '사망' 했을 정도면.. 가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전염병이었음은 분명하죠? 아무튼 흑사병 이전과 이후의 인구 차이가 약 1억 명이라고 하는데, 이 차이는 17세기가 되어서야 회복되었습니다.

  물론, 유럽만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닙니다. 13세기 후반, 중국도 6천만 명 이상의 큰 피해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14세기에는 인구 30%가 사망하게 됩니다. 실로 어마 무시한 치사율을 자랑하는 역대 최악의 유행병다운 피해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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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은 어땠어?

  흑사병은 크게 림프절 흑사병과 폐 흑사병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림프절 흑사병이 저희가 익히 아는 흑사병이라고 합니다.  전체 발병률의 75%를 자랑하거든요. 이 림프절 흑사병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있는 림프절을 공격, 부종과 함께 구토, 두통을 동반한 37 ~ 41도의 고열이 나타났습니다.

(모든 병에 열이 발생하는 건, 몸에서 그만큼 힘을 내고 있단 뜻이겠지요?)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았던 것은 폐 흑사병이라고 합니다. 폐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그 치사율에 차이가 있습니다. 폐 부종을 일으키며 사망률이 95%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었거든요. 그리고 발병 후 8일 이내에 80%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페스트 균이 혈액에 직접 침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히 드문 경우이긴 하나 혈액에 직접 침투하는 만큼 그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시간 안에 사망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흑사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 사망할 때 시퍼런 멍이 들기 때문입니다. 멍이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 그것이 '흑사병(Black death)'입니다.

 

그럼 박멸된 거야?

  안타깝게도 천연두처럼 박멸되진 않았습니다. 흑사병이 한창 전 세계를 휩쓸 당시에는 원인조차 몰랐습니다. 19세기 말 파스퇴르가 페스트균의 원인과 치료법을 발견하고서야 그 힘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흑사병은 아직 진행형인 전염병입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2,000여 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2019년 중국 네이멍 당국은 55세의 남성이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2명의 환자가 있었습니다. 또 그 외의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확진 환자가 나타나고 있지요. 21세기에 흑사병이 웬 말이나 싶겠지만, 아직 완전히 정복된 전염병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불안에 떨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있던 시기에 많은 유대인들이 핍박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유대인들이 비교적 흑사병에 걸리는 경우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인데요. 슬프지만 이를 이유로 발생한 대학살이 바로 '유대인 학살'입니다.

  유대인들은 어떻게 흑사병에서 비교적 안전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손을 씻는 율법이 때문이었습니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방법으로도 손을 잘 씻어야 하는 것처럼, 손을 잘 씻고, 위생에 조금 더 주의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흑사병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흑사병 이후 유럽은,

  흑사병 이전, 유럽은 중세 종교의 권위와 힘이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은 흑사병에 앞에서 좌절과 죽음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올 뿐이었죠. 점차 신에 대한 믿음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결국 종교는 흑사병을 핑계로 종교에서 '마녀사냥'을 하게 됩니다. 무너져 가는 권위와 힘을 되찾기 위해서였던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중세시대를 끝낸 것이 바로 '흑사병'이었습니다. 결국 종교의 권위와 봉건 제도의 힘이 약해졌습니다. 흑사병으로 인구의 60%가 사망할 때까지 신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인간의 힘으로 흑사병을 극복하기 시작했고, 점점 신보다는 인간 본연의 가치가 두드러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의 근본, 휴머니즘인 것입니다.

 

  결국 소외 계층에 있던 사람들은 그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많은 예술가들을 탄생시켰는데, 셰익스피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죠. 결국 14세기 ~ 16세기 동안 문화와 예술이 꽃피우기 시작했고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변화는 하나 더 있었습니다.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수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노동력은 감소했고, 땅과 노동력이 권력이었던 기득권 층 즉 귀족의 세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노동력의 가치는 상승했고 흑사병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동력 협상을 하기 시작합니다. 임금 노동자가 등장하게 되고, 이는 귀족이 아닌 다른 계급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네, 자본주의가 등장입니다. 놀랍죠? 비록 흑사병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겠지만, 흑사병이 두 문화를 태동시킨 것은 분명한 것 같으니까요.

 

  오늘 흑사병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흑사병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망자를 냈고,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회가 만들어지는데 한 역할을 한 것 같으니... 이렇게 보니 또 궁금해집니다. 과연 코로나 이후엔 어떤 시대가 찾아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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